강아지와 함께 살다 보면 신기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내가 기분이 좋을 때는 같이 들뜬 것처럼 보이고, 힘들고 우울할 때는 조용히 곁에 와서 위로해 주는 듯한 행동을 하기도 하죠.
“얘가 어떻게 내 기분을 알았지?” 하고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사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나 훈련 때문만이 아닙니다. 강아지는 과학적으로도 사람의 감정을 감지하는 능력, 그중에서도 특히 후각을 통해 감정을 읽는 능력을 가진 동물입니다.
1. 강아지의 뛰어난 후각
강아지의 후각이 인간보다 약 1만 배에서 10만 배 이상 뛰어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강아지의 코에는 약 3억 개의 후각 수용체가 있는데, 이는 사람의 약 500만 개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수치입니다.
이 놀라운 후각 능력 덕분에 강아지는 마약 탐지, 실종자 수색, 질병 조기 발견(예: 당뇨, 암)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후각 능력이 인간의 감정까지도 감지하는 데 사용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2. 사람 감정을 냄새로 맡는 강아지 (과학적 실험 근거 바탕)
이탈리아 나폴리대학교의 연구진은 사람의 감정이 체취에도 영향을 준다는 전제 아래,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 참가자들에게 공포감과 행복감을 유발하는 영상을 시청
- 그 상태에서 땀을 채취한 후 강아지에게 해당 땀 냄새를 맡게 함
그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 ‘행복한 사람’의 냄새를 맡은 강아지는 꼬리를 흔들고 사람과 적극적으로 교감
- ‘두려움을 느낀 사람’의 냄새를 맡은 강아지는 긴장하고 불안해하며 보호자 옆에 숨는 모습을 보임
이 실험은 강아지가 단순히 표정이나 목소리 톤이 아닌, 후각 정보만으로도 인간의 감정 상태를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2018년 영국 퀸스 대학교 벨파스트(Queen’s University Belfast)의 동물행동학자 클라라 윌슨(Clara Wilson) 박사의 연구팀은 강아지가 스트레스를 ‘냄새’로 감지할 수 있다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 방법:
- 실험 참가자들에게 수학 문제를 풀게 하여 일부는 스트레스를 유발, 나머지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게 했습니다.
- 실험 전과 후 각각의 땀샘과 호흡 공기(숨결)에서 냄새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 강아지에게 두 샘플을 각각 제시해 어떤 냄새에 반응하는지를 관찰했습니다.
결과:
훈련받은 강아지들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의 냄새를 90% 이상의 정확도로 구별해 냈습니다. 단순히 표정이나 목소리 같은 시각·청각 정보 없이, 후각 정보만으로 스트레스 상태를 인지한 것입니다.
이 실험은 강아지들이 후각을 통해 보호자의 정서적 상태—특히 스트레스라는 복합 감정을 정확히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으며,
향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견이나 감정지원견 훈련에 있어서도 후각 기반 훈련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단순히 “신기하다!”는 수준을 넘어서, 실제로 불안장애, 공황장애, PTSD를 가진 보호자에게 적절한 시점에 강아지가 반응하여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서비스 도그(Service Dog)"나 "감정지원견(Emotional Support Dog)" 훈련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강아지의 작은 코는 단순한 후각 기관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읽는 공감 레이더이자 심리적 안정의 동반자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왜 강아지는 사람의 감정을 감지할까요?
강아지는 늑대에서 진화한 동물이지만 수천 년에 걸쳐 인간과 함께 살아오면서 사람의 감정을 읽고, 그에 맞춰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사람과 잘 어울리는 강아지가 더 많이 돌봄을 받으며 생존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사람과의 관계에서 공감 능력과 사회성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후각은 강아지에게 가장 중요한 감각 중 하나로 우리 인간이 보거나 듣는 것만큼 많은 정보를 전달해 줍니다.
그래서 일상 속에서 나타나는 감정 감지 행동은 강아지들이 후각을 통해 일상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보호자가 슬퍼하거나 울 때 조용히 옆에 와 있는 경우
- 낯선 사람에게 경계심을 보일 때, 그 사람의 긴장 상태를 냄새로 감지한 것
- 아플 때 보호자의 이상 신호(호르몬 변화 등)를 맡고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경우 등
이 모든 건 강아지의 ‘코’가 만들어내는 공감의 마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보호자가 기억해 두면 좋은 점
이처럼 강아지는 보호자의 감정 상태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반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호자가 느끼는 스트레스, 불안, 분노 같은 감정은 강아지에게도 그대로 전해질 수 있습니다.
따뜻하고 안정된 감정 상태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반려견의 정서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기분 좋을 때는 함께 많이 웃고, 힘들 때도 감정을 나누되, 강아지에게 불안을 떠넘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강아지가 우리의 마음을 읽는다는 말은, 이제 단순히 감성적인 표현만은 아닙니다.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놀라운 후각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호자의 감정 상태는 단지 사람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반려견의 행복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오늘도 곁에 있는 반려견을 한번 쓰다듬어주세요.
그 작은 코로, 아마 오늘의 당신을 누구보다 잘 느끼고 있을 테니까요.